국민*인이 직접 말한다! 방학 수기 공모전 수상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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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의 방학은 길다. 각기 다르겠지만 누군가는 그 시간을 부족한 과목을 공부하는 데, 아르바이트를 바싹 하는 데, 여름방학 자체를 즐기기 데 쓸 것이다.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는 “자랑하고 싶은 나의 방학 이야기” 공모전을 주최하여, 7월 20일부터 10월 9일까지 국민*인의 다양한 방학 이야기를 받았으며, 10월 30일에 당선자들을 시상하는 자리를 가졌다. 여행 부분에 23편, 체험 분야에 33편 모두 56편 응모작 중 대상은 없으며, 여행과 체험 분야에서 각각 우수상 1편씩이 선정됐다. 이번 공모전은 각기 다양한 방학을 보낸 국민*인 중에서도 국민*인 5대 핵심역량(인문, 글로벌, 창의, 전문, 소통)을 이야기로 담은 사람만을 모아 진행됐다. 그렇다면 이번 공모전에서 수상한 그들은 어떤 핵심역량에 두각을 보였거나 배움을 얻었을까? 그들의 방학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 국민*인 핵심 역량 중 어떤 역량을 중점적으로 쓰셨나요?
저는 수십 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겼던 이야기들이 너무 재밌고 좋았어서 그걸 중점적으로 썼어요. 흔쾌히 제게 자신의 집 뒷마당을 내어주신 필 아저씨는 실제로 35년 전 아내 분과 함께 그리스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와서 30년 간 작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셨어요. 애완견과 함께 도보로 캐나다를 횡단하고 있는 어마무시한 아저씨와도 마주치기도 했고요. 또 2달 동안 매일같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먹고 자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계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 그걸 핵심 역량 중 ‘소통’과 ‘글로벌’로 녹여서 썼습니다.
Q : 여행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있었을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사실 모든 순간순간이 에피소드였어요. 이번 여름방학 수기에도 그날그날 쓰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았는데 다 쓰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블랙 베어’를 만났을 때에요. 제가 캐나다의 온타리오주의 화이트리버라는 마을에 도착해 텐트를 치고 잘 곳을 찾고 있던 때였어요. 그러다 어떤 주택가 바로 앞을 지나가는데 작은 동산이나 모형인 줄 알았는데 그게 곰이었던 거에요.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저를 따라 고개가 움직이는데 너무 놀라서 도망 다니다가 나중에 경찰이 와서 상황을 정리했었어요. 또 번개 폭풍을 만났을 때도 있었어요. 그날은 점심 먹고 늦게 출발을 했던 데다 잔디밭 같은 공원에서 낮잠까지 오래 자 버려서 시간이 애매했는데 무리하게 출발을 했어요. 그런데 고개를 하나 넘자마자 갑자기 먹구름이 뒤덮기 시작해서 번개가 떨어지는 게 눈으로 보였어요. 너무 무서워서 어린아이처럼 울면서 빨리 페달을 밟았죠. 그렇게 나중에 도착해서 보니까 뉴스에 긴급재난경보라고 해서 심각한 번개 폭풍이었는데 제가 멋도 모르고 달렸던 거예요. 대자연에 굴복할 뻔했던 일화죠.
Q : 그럼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일상에 변한 부분이 있나요?
저에게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이제는 소통에 있어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에요. 여행하면서 낯선 이들이 말을 걸어오면 의심과 불신에 둘러싸여서 피하려고만 했는데 이제는 어느새 다른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저를 발견해요. 또 외국인 앞에만 서면 심장이 벌렁거려 말 한마디 던져보지도 못했던 제가 그 사람의 출신이나 피부색에 상관없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큰 자신감도 얻게 되었어요. 또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 ‘웜 샤워(Warm showers)의 호스트로 등록해 이제는 제가 실질적으로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을 돕기를 고대하고 있어요. 모르는 사람들에게 길도 물어보지 못할 정도로 내성적이었던 제게 일어난 아주 큰 변화이자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웜 샤워(Warm showers): 자전거 여행자들에 의해 만들어져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을 집으로 초대해 그들에게 숙소와 먹을 것을 제공하는 걸 도울 수 있도록 개설된 커뮤니티
Q : 앞으로 목표하는 바가 있으신가요?
하루하루 먹을 것과 잘 곳을 걱정하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며 그렇게 고생했는데도, 또 내년 여름 자전거에 올라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시작하려고 해요. 자전거 여행을 준비하면서 ‘세계는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그 책의 단지 한 페이지만을 읽을 뿐이다,’ 라는 격언을 읽었었는데 언젠가 또 다른 미지의 세계를 달리며 제 인생이라는 책의 페이지를 새롭게 채워나갈 생각에 벌써 가슴 깊은 곳이 끓어올라요. 누구보다 더 뜨거운 여름방학을 만들어준 이 여행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Q : 국민*인 핵심 역량 중 어떤 역량을 중점적으로 쓰셨나요?
소통 부분을 중점적으로 썼어요. 직접 성교육을 강의해 보면서 관객들이랑 소통했거든요. 수기 제목처럼 강연 제목도 ‘청춘 야화’였는데 뜻 그대로 20대끼리만 밤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눴어요. 강연만 하는 방식이 아니라 질문하고 대답하며 자유로운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부끄러움이 많아서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에 자신도 없었고 학기 중에는 발표시간이 가장 싫었어요. 긴장되어 식은땀을 흘렸고, 온몸을 벌벌 떨었죠. 그래서 직접 성교육을 진행한다는 것도 저에게 정말 큰 도전이었는데, 이 강의를 준비하면서 발표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기르게 됐어요. 결과적으로 소통역량을 많이 키우게 된 거죠. 그래서 소통과 교감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Q : 토크 콘서트 강의를 직접 진행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토크 콘서트가 3부로 나눠서 진행됐어요. 저는 그중 3부 ‘그린라이트를 켜줘(고민해결)’ 코너가 청중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순서라 가장 인상이 깊어요. 사전에 온라인 설문지를 통해 접수된 성 또는 사랑에 관한 고민을 읽으며 그 자리에서 함께 청중들이랑 대화했어요. 다들 저마다의 성에 대한 말 못 할 고민을 갖고 있더라고요. 솔직히 아직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성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기에 이곳에서라도 고민을 털어놓고자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마다 쉽게 꺼내기 힘든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됐었고, 최대한 저희의 생각을 말해 주려 노력했어요. 그 시간을 통해 관객들이 고민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Q : 여름방학 동안의 활동으로 많이 느끼고 배우셨을 것 같아요. 그 이후 목표나 각오가 있나요?
6주간의 강의 중 ‘성 의사소통의 중요성’ 부분에서 연인 사이에 데이트 폭력이 발생하고, 많은 오해가 생기는 것은 바로 이러한 ‘성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제가 알고 있는 이 지식을 주변 지인들에게 널리 알려 우리 사회에 건강한 연애 문화, 성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어요.
이번 인터뷰를 위해 만난 두 사람 모두, 방학 이야기에 대한 질문에 눈을 반짝이며 답변했다. 에피소드를 말할 땐 목소리가 격앙되기도 했었다. 그들에게 이번 여름방학이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었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들 외에도 분명 나만의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평가할 수 없는 활동을 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번 수기 공모전은 그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잠시 지쳤을 때, 아니 누구도 그들이 뛰고 있다는 걸 몰라줄 때 다시 달릴 촉진제일 수 있다. 또, 다음 여름방학 때의 계획을 짜고 있는 사람들에겐 용기를, 무료하고 실용성 없이 뒹굴뒹굴 거리기만 하는 사람들에겐 자기계발을 해보자는 도전의 힘을 줄 것이다.